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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74% “나는 한인보다 크리스천”[뉴욕 중앙일보]
민병갑 퀸즈칼리지 교수 저서 ‘종교로 민족성 지키기’ 통해 밝혀
 
기사입력: 05.10.10 21:02
미국서 자란 한인 2세 대부분이 자신의 주된 정체성을 한인보다는 크리스천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뉴욕교회협이 주최한 청소년 할렐루야대회에 참석한 젊은이들이 찬양하고 있다.
9일 주일예배를 마친 뉴욕신광교회 교인들이 불고기, 김치, 잡채 등 한국음식으로 친교를 나누고 있다. [신광교회 제공]
한인 2세(1.5세 포함) 개신교 10명 중 7명이 자신을 한인보다는 크리스천으로 정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병갑 뉴욕시립대 퀸즈칼리지 사회학 석좌교수가 지난 3월 펴낸 ‘미국에서 종교로 민족성 지키기: 세대별로 본 개신교 한인과 힌두교 인도인’(뉴욕대학교 출판사)에 따르면 차세대 한인 개신교인의 74%가 자신의 주된 정체성을 크리스천이라고 응답했다. ‘한인’이라고 정의한 비율은 18%에 그쳤다.

이 책은 한인과 인도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종교의 영향을 분석했다. 민 교수는 이를 위해 한인과 인도인 250여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왜 종교에서 정체성 찾나=한인 2세(조사 대상 나이는 23∼35세)의 정체성 확립에 종교가 이처럼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민사회의 중심이 교회이기 때문이다. 민 교수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욕 한인 개신교인 비율은 한국보다 높다.

200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개신교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8%인데 반해, 뉴욕에서 개신교인이라고 응답한 한인 비율은 58.5%에 달했다. 이민사회 속 교회가 종교 외에도 사회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증거다.

민 교수는 책에서 베이사이드에 있는 뉴욕신광교회를 예로 들었다. 이 교회는 설날과 추석을 기념하는 것은 물론 매주 예배 후 한국 음식 등으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한인 이민자들의 향수를 달래고, 동시에 한인들이 모여 이민 정보를 교환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교회 출석률이 높은 것도 교회가 이민사회에 깊게 파고든 정도를 보여준다. 한인 1세의 90%, 2세의 82%가 일주일에 두번 이상 교회에 출석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세들이 자신들을 ‘크리스천’이라고 여기는 더 중요한 이유는 성인이 되면서 한인교회를 떠나 미국교회에서 신앙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부모 따라 한인교회에 다닐 때는 직·간적접으로 한국 문화를 접하지만. 미국교회에서는 그런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에 ‘코리안 크리스천’에서 자연스럽게 ‘코리안’이라는 성격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민 교수는 “부모를 따라 1세 교회에 다닐 때에는 설날과 추석 명절 등을 교회에서 지냈지만 미국교회로 옮긴 후에는 교회를 통해 한국적인 것을 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또한 복음주의 기독교는 인종이나 민족성이라는 벽을 넘어 기독교인으로서 가치를 강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세들에게 교회는 교회이지, 한인교회나 미국교회로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한인 2세의 71%가 가장 원하는 배우자를 ‘비한인 크리스천’이라고 답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배우자 조건을 한인이라는 민족성보다 종교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인도 사회는 왜 다른가=뉴욕의 인도 이민자 중 힌두교를 믿는 비율은 53% 정도로 한인 개신교인 비율과 비슷했다. 그러나 인도인들의 정체성과 종교의 관계는 사뭇 달랐다. 인도인 2세의 56%가 자신을 인도인으로 답했고, 18%만이 자신을 힌두교라고 정의했다.

민 교수는 이같은 차이를 힌두교의 신학에서 찾았다. 개신교는 인종과 상관없이 보편적인 신학을 적용하지만, “힌두교는 민족적인 종교이기 때문에 인도인이 아니고서는 힌두교인이 되기 어려운 신학 체계”라는 것이다.

또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힌두교당에 출석하는 비율도 35% 정도로 한인사회와 비교해 상당히 낮았다.

민 교수는 이 책에서 개신교의 직접적인 사례를 들기 위해 뉴욕신광교회에 한 장을 할애했다. 교회 역사는 물론 프로그램 내용을 소개하고 교인들과 일대일 인터뷰 내용을 포함했다.

민 교수는 신광교회가 소규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인들간의 친교, 한인 민족성을 지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했다고 적었다.

추석과 설날을 교회에서 행사로 치르는 것 역시 ‘한인임’을 지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신광교회는 3·1절, 광복절이면 그에 따른 설교를 하고 있다.

또 매년 노인 교인을 위한 효도관광을 통해 공경사상을, 여름 수련회·메모리얼데이 피크닉 등을 통해 ‘가족’ 중심적인 한국 정서를 간접적으로 고수하고 있다.

예배 후 교회가 제공하는 한식 점심 식사가 한인들을 묶는 맛있는 접착제다. 책은 항상 김치와 쇠고기, 무국 등 곁들인 무료 점심이 제공된다고 적었다.

태권도와 한글 수업, 사물놀이 등 매주 토요일마다 한국 문화와 전통을 가르치는 한국학교는 직접 한인 민족 정체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조진화 기자 jinhw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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